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은 대학 입시였으나,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스스로 선택했다 할 수 있는진 모르겠다. 대학 4년+휴학 1년 동안(어쩌면 졸업 후에도) 충동적으로 한 일들은 정말 많다. 봉사활동, 대외활동, 학부 연구생, 인턴 등등... 하지만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계획을 세우고 그를 위해 제대로 배우거나 시도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없다.
대학 생활동안 '학생이니까'라며 외면하고 있던 현실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눈 앞에 다가오니 더 멀리 보지 못했다. 운 좋게 급하다고 생각했던 불을 잠시 끈 채로 시간을 흘려보낸 지 5개월이 되었다.
급한 불만 끄고 뚜렷한 목적없이, 미래에 대한 설계도 없이 5개월이나 보냈으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무기력함에 꽤 오래 힘들었는데 결국 나는 이 시기가 내 삶에서 최초의 슬럼프이자 동시에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일종의 돋움 닫기 시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시기를 잘 보낸다면 후에 이 힘든 시기를 추억하며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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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제외하고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은 남들이 봤을 땐 괜찮은 직장에서 4개월 동안 하고 있던 인턴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나만 그만두지 않았으면 아마도 평생 직장이 되었을 곳이었지만, 대학원을 가지 않은 인턴이라는 이유로 시급도 못 받아가며 열정 페이로 밤이며 주말이며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스스로에게 현타가 왔다. 지난 5개월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더이상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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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으로 이 블로그를 열었다.
블로그에 공부 기록을 남기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이만큼 성장했다, 나는 결국 내가 해내고자 하는 것들을 전부 해냈다."라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다.
(후에 이 블로그가 나의 소중한 슬럼프 극복 일기장이 되길 바라며 일상, 취미와 같은 카테고리도 넣었다. )